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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MVP급 활약 바랄텐데 부담… 꾸준히 잘하는 선수가 진짜 영웅”


한국시리즈 MVP 한동민의 각오

숱한 눈물 끝에 2018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라는 해피엔딩을 맞은 SK 한동민. ‘월드울보’라는 새 별명도 얻은 그는 “해가 갈수록 눈물이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도 쓸데없이 울진 않고 다 울 타이밍일 때 울었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로 끝난 한동민(SK·29·사진)의 2018년 해피엔딩은 ‘눈물’ 없이 설명할 수 없다.

지난해 여름, 그의 어머니는 아들 생일을 하루 앞두고 부산에서 인천까지 올라와 미역국을 끓이고 있었다. 그날 아들은 시즌 29호 홈런을 날리며 데뷔 첫 30홈런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8회말, 도루로 2루를 훔친 뒤 완전히 돌아간 발목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한눈에 봐도 큰 부상이었다. 결국 한동민은 생일날 어머니가 미역국을 들고 온 병원에서 “내년을 기약해야 한다”는 결과를 듣고 오열했다.

올해 5월 ‘한 경기 4홈런’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뒤에도 한동민은 폭풍눈물을 쏟았다. “형들이 인터뷰할 때 울지 말라기에 ‘좋은 일인데 왜 우냐’고 했는데 눈물이 나더라고요. 안 좋았을 때 너무 힘들어서 응어리처럼 있던 감정이 북받쳐서…. 준비를 많이 했는데 초반에 안 좋다 보니까 부정적 생각이 컸어요. ‘작년에 안 다쳤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싶고….”

짜릿한 손맛을 보기 전까지 8홈런에 안타보다 삼진이 더 많았던 한동민은 41홈런으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고 첫 플레이오프에서도 고비마다 끝내기 홈런을 터뜨려 SK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한동민은 “플레이오프(5차전) 끝내기 홈런으로 제 운이 끝난 줄 알았어요. 한국시리즈 6차전 때 볼넷 두 번에, 삼진을 세 번 연속 먹었거든요. ‘제발 누가 좀 쳐라’ 하고 있는데 (최)정이 형이 극적 홈런으로 이어줘서 제 홈런까지 나온 것 같아요. 혼자 한 게 아니라 모두 역할을 잘해줬어요”라며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한국시리즈 MVP 자격으로 6일부터 관계기관에 우승 인사 투어에 나선 그는 “큰일 났다. 12월에 이렇게 행사가 많은 적이 없어서 정장을 급히 하나 맞추긴 했는데 여유분이 없다. 한 벌로 계속 다녀야 된다”며 웃었다. 올해가 풀타임 첫해였던 한동민에게는 낯설 수밖에 없는 연말 풍경이다. 연말 시상식도 2015년 상무 시절 퓨처스 홈런왕으로 군복을 입고 참석한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고통의 순간들도 이젠 웃으며 떠올릴 추억이 됐다.

“다리 다치고 와서 올 시즌 경기를 뛰는데 도루 사인이 나더라고요. ‘아, 감독님 왜 이러시나’ 했는데 한두 번 하니까 또 괜찮아졌어요. 그때(부상당한 날)는 도루 상황도 아니었는데 쓸데없는 짓을 해서 다쳤어요(웃음). 야구가 더 많이 하고 싶기 때문에 이제는 사인 나올 때만 하려고 합니다.” 잊지 못할 2년을 함께한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과도 드라마틱한 이별을 했다. 플레이오프 전 ‘SK로 돌아오지 못한다’고 밝힌 힐만 감독에게 그는 감사 인사와 더 잘하지 못한 데 대한 송구함, 재회를 기약하는 내용이 담긴 손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영문으로 작성하며 정성을 기울였다.
“플레이오프 5차전을 앞두고 편지를 드리면서 이건 모든 게 다 끝나고 읽어 주시라고 당부드렸어요. 공교롭게도 제가 그날 끝내기 홈런을 쳐버렸어요.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나중에 한국시리즈 우승하고 끝나자마자 호텔 가서 보셨대요.”

강렬한 활약으로 한국시리즈 MVP의 영예를 얻었지만 한동민은 어느새 초심으로 돌아가 새 출발을 다짐했다. “강한 건 소리 없이 강한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올해처럼 한 번 잘하고 말 거면 차라리 꾸준히 평균적인 성적을 내는 게 나아요. 내년이 좀 두렵네요. 아이도 나오고 올 시즌에 걸맞게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고요. 염경엽 감독님도 기대가 됩니다. 또 한 번 크게 다치고 나니 안 다치고 야구 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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